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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기고_주청사는 전남, 행정통합의 최소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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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6-02-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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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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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민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전남광주 행정통합 논의는 이제 원론적 검토나 선언적 구호의 단계를 지나, 실질적 결정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관련 법안의 국회 발의가 진행되면서 통합은 더 이상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됐다.


저출생과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위기, 수도권 일극 체제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전남과 광주가 힘을 모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과정과 결과까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통합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미 행정·경제·교육·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광주에 통합 이후 주청사까지 위치하게 된다면, 전남은 통합과 동시에 주변 지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 이후 지역 간 위상과 기능이 어떻게 재편되는가의 문제다. 이러한 구조라면 통합은 상생이 아니라 사실상의 흡수에 가깝다.


주청사를 상대적으로 낙후된 전남에 두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도, 감정의 문제도 아니다. 이는 행정통합을 성립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적 조건이며, 대한민국이 오랜 시간 추구해 온 국가 균형발전 원칙의 연장선에 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진단하고, 행정수도 이전과 혁신도시 정책을 통해 국가 공간 구조의 재편을 추진했다. 균형발전은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이후 정치권이 일관되게 계승해 온 국가 비전이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핵심 기능을 의도적으로 비수도권,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려는 정책적 선택이었다. 이 원칙이 전남광주 행정통합이라는 중대한 결정의 순간에만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통합 이후 주 청사마저 이미 기능이 집중된 광주에 둔다면, 이는 그간 강조해 온 균형발전의 철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라남도 공직자 입장에서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행정의 안정성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공무원의 신분 보장, 인사 원칙, 근무지 이동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설계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공무원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를 넘어 통합 이후 행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며, 결국 도민에게 제공되는 행정 서비스의 질과 직결된다.


법률로 통합을 추진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안전장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신분과 인사, 조직 운영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합은 행정 혼란과 내부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속도에 밀린 입법은 결코 책임 있는 결정이라 할 수 없다.


행정통합은 어느 지역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기능을 분산하고 역할을 나누며, 장기적으로 함께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균형 없는 통합은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더 큰 갈등과 행정 비효율이라는 비용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전남광주 행정통합이 진정한 상생의 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주청사의 전남 배치, 핵심 기능의 합리적 분산, 공직자의 신분과 인사에 대한 안정적인 법적·제도적 보장, 그리고 충분한 주민 숙의와 동의, 이 네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통합은 명분과 실질을 모두 갖추게 된다. 이러한 조건이 결여된 통합은 상생이 아니라 전남의 희생을 전제로 한 통합에 불과하다.


지금은 서둘러 결론을 내릴 시간이 아니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균형발전을 핵심 가치로 삼아온 정치권은 스스로의 역사와 원칙 앞에서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균형 없는 통합은 반드시 실패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통합이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방향이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 남도일보(https://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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